
오늘날 인간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것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더욱 쉽게 죽어간다.
나 또한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좀 더 쉽게 죽게 되리라.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높은 절벽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 아찔한 현기증이 올 때, 훌쩍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
이것이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말하는 타나토스(죽음의 충동)가 아닐까? 어쩌면 에로스(삶의 충동)보다 더 깊고 강력한. 세상과 다시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다 내려놓고 깊은 심연으로 나를 던지는 지복(bliss)! 그때 우리는 다 만날 것이다. 모든 인연이 하나가 될 것이다.
그전에 먼저, 나의 생(生)을 활짝 꽃피워야 할 것이다. 그때 나는 자연스레 나를 툭! 땅으로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온갖 학문을 동원해도 알기 힘들 것이다. 학문이란 코끼리의 여러 부위를 만지는 것과 같으니까.
코끼리의 모든 부위를 다 만지고 분석해서 종합한다 해도 코끼리를 알기는 힘들 것이다.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코끼리도, 우리 눈에 보이는 코끼리의 형상일 뿐이니까. 다른 동물이 보았다면, 전혀 다르게 보일 것이니까.
누가 본 게 진짜 코끼리일까? 진짜는 없다. 오직 각자가 보는 형상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안다는 건, ‘온몸의 총체적인 느낌’이다. ‘많은 이들은 그것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더욱 쉽게 죽어간다.’
나이 들어가며 가장 두려운 게 죽는 것이다. 시곗바늘은 째깍째깍 돌아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느낌이다! 인간이 무엇인지 ‘온몸의 느낌’으로 아는 것이다. 그 느낌은 인간이 천지자연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예감이다. ‘나’라는 건, 허상, 자의식일 뿐이다.
‘나 또한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좀 더 쉽게 죽게 되리라.’ 나의 생(生)도 툭! 땅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