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위해 먹는 영양제는 많을수록 좋을까. 특히 ‘항산화’라는 설명이 붙으면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일부 영양소는 고용량으로 복용했을 때 기대와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흡연자의 베타카로틴 보충제와 폐암 위험이다.
베타카로틴은 당근과 녹색 잎채소 등에 들어 있는 색소 성분으로, 몸에서 필요에 따라 비타민A로 전환된다. 정상적인 영양 섭취에 필요한 성분이지만, 음식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농축한 보충제를 많이 먹어도 안전하거나 암을 예방한다고 결론 낼 수는 없다. Health Professional Fact Sheet
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연구가 핀란드에서 진행된 알파토코페롤·베타카로틴 암 예방시험(ATBC)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핀란드 연구기관은 남성 흡연자 2만9,133명을 대상으로 특정 비타민 보충제가 폐암 등을 예방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베타카로틴 하루 20mg, 비타민E, 두 성분의 병용 또는 위약을 무작위로 배정받았다. atbcstudy.cancer.gov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NCI가 정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타카로틴을 투여받은 집단에서 폐암 발생이 18% 증가했다. 암 예방을 기대했던 보충제가 해당 조건의 흡연자에게 오히려 해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결과는 1994년 발표됐으며, 이후 보충제의 암 예방 효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dceg.cancer.gov
여기서 18%는 복용자의 18%가 폐암에 걸렸다는 뜻이 아니다. 비교 집단에 대한 상대적인 발생 증가다. 또한 특정 용량을 일정 기간 복용한 남성 흡연자의 결과를 모든 영양제와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 연구의 메시지는 ‘비타민은 위험하다’가 아니라 ‘성분·용량·복용 대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른 고위험군 연구에서도 우려가 확인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영양보충제국은 흡연력이 있거나 석면에 직업적으로 노출된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 CARET 시험에서, 고용량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 병용 보충제가 폐암 위험 증가와 관련돼 시험이 조기에 종료됐다고 설명한다. 다만 병용시험이므로 결과를 한 성분만의 효과로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Health Professional Fact Sheet
이런 결과가 당근이나 채소를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NIH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비타민A·베타카로틴과 보충제의 연구 결과를 구분해 안내한다. 평소 식사에서 다양한 채소를 먹는 것과 특정 성분을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다른 노출이다. 보충제 연구를 근거로 채소 섭취까지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Consumer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2022년 권고에서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을 목적으로 베타카로틴 또는 비타민E 보충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았다. 종합비타민과 그 밖의 여러 영양소에 대해서는 이익과 위해를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는 영양 결핍 치료나 특정 질환에 대한 처방까지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United States Preventive Services Taskforce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력이 있다면 보충제의 앞면 광고보다 성분표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베타카로틴 함유 여부와 하루 섭취량을 살피고, 여러 제품을 함께 먹는다면 중복 섭취도 확인해야 한다. 의료진이 특정 이유로 권한 제품은 임의로 중단하기보다 복용 목적과 용량, 흡연력을 함께 전달해 재검토하는 것이 좋다.
‘항산화’라는 단어가 모든 상황에서 암 예방 효과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건강을 위한 선택일수록 더 많이 먹는 것보다 필요한 이유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흡연의 위험을 영양제로 상쇄하려는 접근은 근거가 없다. 암 예방을 위해 우선할 행동은 보충제를 추가하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