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박서안기자] 중국 연구진이 칠성장어의 뇌 전체를 대상으로 최초의 3차원 단일세포 지도를 구축해 척추동물 뇌의 진화 과정을 추적할 단서를 제시했다. 차이나데일리의 1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쿤밍동물연구소 쑤빙이 BGI 리서치, 랴오닝사범대 연구진과 함께 수행한 연구는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표지 연구로 실렸다.
이번 지도는 칠성장어 뇌에서 개별 세포가 어디에 위치하고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를 보여주는 고해상도 분자 지도다. 칠성장어는 현재까지 살아남은 드문 무악류 척추동물이다. 화석 기록상 기본적인 몸의 구조가 약 3억6000만 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아 척추동물 조상의 뇌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비교 대상이 된다.
연구진은 칠성장어와 생쥐의 뇌 지도를 비교해 여러 뇌 영역에서 유전자 발현 양상과 기능이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수억 년에 걸쳐 서로 다른 진화 경로를 거쳤음에도 공통점이 나타난 것이다. 쑤빙은 이를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이 이미 조직적이고 분자적으로 복잡한 뇌를 지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각 계통이 발전시킨 차이도 확인됐다. 칠성장어에는 독특한 중뇌 신경세포와 망막의 신경교세포인 유난히 큰 뮐러세포가 있는 반면, 포유류는 여러 층으로 구성된 정교한 대뇌피질을 발달시켰다.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전문화 과정을 살피기 위해 제브라피시, 거북, 도마뱀, 금화조, 비둘기, 생쥐, 마카크원숭이 등의 유전체·분자 자료도 비교했다.
주요 단서 가운데 하나는 칠성장어에서 발견되는 AEN이라는 신경세포 유형이었다. AEN은 대부분의 전문화된 신경세포와 달리 흥분성 신호와 억제성 신호에 관련된 분자 표지를 함께 발현한다. 연구진은 이를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특성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세포는 칠성장어와 제브라피시에 흔하지만, 기능이 더 전문화된 신경세포가 우세한 양막류에서는 드물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전문화된 신경세포의 출현 시기가 턱 있는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에서 일어난 고대의 두 번째 전체 유전체 중복 시기와 겹친다는 점도 제시했다. 쑤빙은 유전체 중복으로 유전자 구성이 사실상 두 배로 늘었으며, 확대된 유전적 자원이 서로 다른 기능을 지닌 신경세포의 다양화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뇌의 기원과 관련한 단서도 나왔다. 칠성장어 뇌의 ‘소뇌 유사 영역’에서 제브라피시 소뇌의 사이신경세포와 분자적으로 비슷한 세포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초기 척추동물에 이미 원시적인 형태의 소뇌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분자 증거로 이 결과를 해석했다.
쑤빙은 뇌의 단계적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간 뇌의 기능을 모방하려는 AI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뇌 자체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뇌 진화와 AI 설계의 연결 가능성을 향후 연구 과제 중 하나로 탐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