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줄 요약
- 한국 학생의 읽기 점수는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이전 조사보다 낮아졌다.
- 더 읽도록 권하는 것과 함께, 학생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 도와야 한다.
- 학생의 어려움을 살피는 일은 가정의 몫만이 아니다. 학교의 수업과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기록하는신문=백주경 교육학 박사] 아이가 글을 읽고도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하면 책을 더 읽어야 한다는 말부터 나오기 쉽다. 충분히 읽을 기회를 마련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읽는 글에서 무엇이 어려운지 모른 채 읽는 양만 늘려서는 필요한 도움을 놓칠 수 있다. 낱말의 뜻이 낯선지, 문장 사이의 관계를 놓쳤는지, 답의 근거를 찾지 못했는지부터 살펴보면 어떨까. 얼마나 읽었는지와 함께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도 물어야 한다.
■ 높은 점수와 읽기의 어려움은 함께 살펴야 한다
오늘(2026년 11월 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마련한 ‘2026 한-OECD 국제세미나’에서는 한국 교육의 성과와 미래 과제가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높은 학업 성취와 함께 최근 읽기 성취의 변화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2025년 결과에서 한국 학생의 읽기 평균 점수는 501점이었다. OECD 평균인 461점보다 높지만, 2022년의 515점보다는 14점 낮았다. 기본적인 읽기 능력 기준에 미치지 못한 학생 비율도 같은 기간 14.7%에서 17.8%로 늘었다.
여기서 기본적인 읽기 능력은 어느 정도 길이가 있는 글에서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주어진 조건에 맞는 정보를 찾는 능력 등을 뜻한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글을 전혀 읽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제적으로 높은 점수를 유지한다는 사실은 한국 교육의 성과다. 그렇다고 최근의 변화를 지나칠 수는 없다. 평균 점수는 교육의 흐름을 보여주지만, 개별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 답은 학생이 글을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살피며 찾아야 한다.
■ “모르겠어요”라는 말에서 질문을 좁혀보자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마다 다를 수 있다. 낱말의 뜻을 몰라 내용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고, 문장은 읽었지만 앞뒤 내용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놓칠 수도 있다. 내용을 대체로 이해하면서도 질문에 답하려면 어느 문장을 근거로 삼아야 하는지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글 전체를 다시 설명하라고 하면 학생은 또 막막해질 수 있다. 질문의 범위를 줄여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함께 읽을 때 활용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 뜻이 낯선 낱말이 있으면 표시해 볼까?
- 이 문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장은 어디일까?
- 그렇게 생각한 근거가 되는 부분을 짚어줄 수 있을까?
처음부터 모든 질문에 답하게 할 필요는 없다. 학생이 대답하기 어려워하면 한 문장이나 낱말 하나부터 함께 살펴도 된다. 어디가 어려운지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고 다그쳐서는 안 된다. 어려움을 설명하는 일 자체에도 도움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의 목적은 모르는 것을 찾아 지적하는 데 있지 않다. 학생이 이해한 부분을 발판으로 다음에 무엇을 도울지 정하는 데 있다.
■ 말로 설명하는 것만이 이해를 보여주는 방법은 아니다
읽은 내용을 자기 말로 짧게 설명해 보는 것은 이해한 범위를 살피는 한 방법이다. 다만 말이 막혔다고 곧바로 내용을 모른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해한 내용을 말로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헷갈리는 낱말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서로 연결되는 부분을 화살표로 이어보게 하는 것이다. 어른이 몇 가지 해석을 제시하고 어느 쪽이 글의 내용에 가까운지 함께 살펴볼 수도 있다.
표시했다고 이해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표시를 단서로 학생의 생각을 묻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설명이든 밑줄이든, 학생이 부담을 덜 느끼는 방식에서 시작하면 된다.
그다음에는 다시 글로 돌아가야 한다. 설명에서 빠뜨린 조건은 없는지, 선택한 문장이 실제로 답의 근거가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기억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글의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대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다시 읽기는 ‘어디를 왜 읽을지’ 알 때 구체적이 된다
다시 읽는 일을 무조건 수동적인 공부로 볼 필요는 없다. 놓친 내용을 확인하려면 같은 부분을 여러 번 읽어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확인하려는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으라는 말보다, 두 문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자고 안내할 수 있다. 낯선 낱말의 뜻을 확인한 뒤 해당 문장을 다시 읽거나, 질문이 요구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특정 문단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학생이 해야 할 일이 이처럼 좁혀지면 도움의 방향도 구체적이 된다. 어휘 설명이 필요한지, 문장의 관계를 함께 풀어봐야 하는지, 질문의 뜻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 AI의 설명이 쉬워도 학생의 이해는 따로 살펴야 한다
AI는 글을 요약하거나 낯선 개념을 설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화면에 매끄러운 설명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학생도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AI의 답변을 읽은 뒤 핵심 내용을 짧게 말해보거나, 원문에서 근거를 찾아보도록 제안할 수 있다. 답변이 빠뜨린 조건은 없는지 살펴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말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원문과 답변에서 서로 연결되는 부분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는 AI가 읽기 점수 하락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아니다. 어떤 도구를 쓰든 학생이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더 살펴야 하는지 확인하자는 제안이다. 도구의 설명이 끝난 뒤에도 학생이 생각하고 질문할 자리가 남아 있어야 한다.
■ 학생의 어려움을 가정의 숙제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이런 활동을 모든 가정이 매일 수행해야 할 지도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부모가 모든 글을 분석하거나 교사처럼 가르칠 필요도 없다. 함께 보다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질문을 남겨 학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학생이 모르는 부분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려운 낱말을 표시하거나 질문을 적게 했다면, 그에 맞는 설명과 피드백이 이어져야 한다. 기록을 얼마나 많이 남겼는지보다 필요한 도움을 받았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의 답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과 여건도 필요하다. 개별 학생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보자는 말이 교사나 부모의 추가 노력만을 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 전체의 읽기 점수 변화는 학습법 하나로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 교육 여건과 지원체계를 함께 살피되, 교실과 가정에서는 학생이 지금 겪는 어려움에 구체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아이가 글을 읽고도 모르겠다고 할 때, 얼마나 읽었는지 묻기 전에 어느 부분까지 이해했는지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더 읽으라는 말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낱말 하나의 설명이나, 문장 두 개를 함께 읽어주는 시간일 수도 있다.
■ FAQ
Q. 책은 잘 읽는데 내용을 물으면 “몰라”라고 해요. 이해하지 못한 걸까요?
그 말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질문이 너무 넓거나 생각을 말로 정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글 전체를 설명하게 하기보다 중요한 문장 하나를 골라보게 하거나, 기억나는 내용을 짧게 이야기하도록 제안해 볼 수 있다.
Q. 아이에게 내용을 물을 때마다 시험 보는 것처럼 느낀대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읽을 때마다 확인할 필요는 없다. 먼저 함께 살펴봐도 괜찮은지 묻고, 말하기 대신 밑줄이나 표시로 표현하게 할 수 있다. 부담스러워하면 멈추고, 아이가 궁금해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부분부터 함께 보는 편이 좋다.
Q. 모르는 낱말이 너무 많아요. 하나하나 찾아보게 해야 하나요?
한꺼번에 모든 낱말을 찾게 하기보다, 우선 글의 핵심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낱말부터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다. 뜻을 알아본 뒤에는 원래 문장에 넣어 다시 읽어보자. 어려움이 계속된다면 글의 난이도도 살피고 교사와 상의할 수 있다.
Q. AI로 줄거리를 먼저 보게 해도 괜찮을까요?
요약을 이해를 돕는 보조 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다. 다만 요약만 읽고 원문을 읽은 것으로 대신하지 않도록 하자. 원문의 해당 부분과 비교하며 빠진 내용이나 다른 설명을 살펴보고, 아이가 무엇을 이해했는지 짧게 확인할 수 있다.
Q. 집에서 도와줘도 계속 어려워해요. 선생님께 무엇을 말씀드리면 좋을까요?
어떤 글의 어느 부분에서 어려워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좋다. 낱말의 뜻을 몰랐는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근거 문장을 찾기 어려웠는지 아이가 남긴 표시나 질문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 가정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수업에서의 모습과 필요한 지원을 교사와 함께 살펴보자.
■ 참고자료
교육부·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교육부 「PISA 2025 결과 발표」, OECD 「PISA 2025 한국 국가보고서」 및 읽기 평가 설명자료
교육부 「OECD 가입 30주년, 한국 교육의 성과와 미래 방향 조명」
백주경 「고등학생 맞춤 자기주도학습법 ‘8분 타이머’ 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