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무속 신당 ‘나비선녀 꽃별신당’ 신선옥 선생, 사람을 향한 기도에 삶의 의미를 묻다

어린 시절의 특별한 경험에서 무속인의 길까지… 사람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전통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다

 

▲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무속 신당 ‘나비선녀 꽃별신당’ 신선옥 선생

 

누군가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가까운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믿는 방식으로 답을 찾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사람은 때로 익숙한 세계 밖에서 위안을 구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 존재해 온 무속 역시 그러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무속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누군가에게는 조상 대대로 이어진 전통문화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믿음의 영역이다. 특히 상업화와 과도한 의례 권유를 둘러싼 논란은 무속문화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서로 다른 시선 속에서 무속인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과 신촌 사이에 자리한 ‘나비선녀 꽃별신당’ 신선옥 선생을 취재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어린이집 교사와 아동 심리상담 관련 업무를 경험한 그는 한때 무속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삶의 굴곡을 거쳐 무속인의 길에 들어섰고, 이제는 사람의 고민을 듣는 일을 자신의 중요한 역할로 받아들이고 있다.

 

▲ 사진 = 나비선녀 꽃별신당

 

심리학을 공부하던 사람, 무속의 길에 서다

 

신 선생의 삶은 처음부터 무속을 향해 있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그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동 심리상담 관련 업무도 경험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었다고 회상한다. 다섯 살 무렵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일곱 살에는 약 2주 동안 신체가 마비되는 증상을 경험했다. 열일곱 살 무렵부터는 벽과 천장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습이 보이거나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이러한 현상을 환시나 환청으로 받아들였고,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관련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훗날 무속인이 된 뒤에는 자신의 신앙적 관점에서 과거의 경험을 다시 해석하게 됐지만, 당시에는 그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오히려 무속을 믿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이후의 변화는 그 자신에게도 예상 밖의 일이었다.

 

▲ 사진 = 나비선녀 꽃별신당

 

삶의 위기에서 마주한 뜻밖의 전환점

 

스물아홉 살 무렵, 그의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당시 췌장의 상당 부분에 괴사가 발생해 세브란스병원에서 중증 치료를 받았고, 약 9개월 동안 치료를 이어갔다. 퇴원한 이후에도 신체적인 불편이 계속됐다고 회상한다.

 

그 무렵 꿈속에서 커다란 나무 밑에 서 계신 할머니가 나타나 특정 주소를 알려주는 경험을 했다. 이후 실제로 그 주소를 찾아갔고, 그곳이 무속인의 신당이었다는 것이다. “원래 이런 걸 전혀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겪은 일들이 있었고, 결국 그 길로 들어서게 됐죠.”

 

그는 이후 약 2주 만에 신내림 의식을 받았다. 신내림을 앞두고 관련 계획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 신내림 바로 직전, 갑자기 막내 여동생이 전화를 해서 "언니 혹시 신내림을 받아?"라고 물어본 일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의식 이후, 이전에 느끼던 신체적 불편이 사라졌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삶의 방향을 받아들이게 됐다. 다만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고 해서 곧바로 마음까지 편안해진 것은 아니었다.

 

▲ 사진 = 나비선녀 꽃별신당

 

“처음에는 왜 하필 나여야 하는지 억울했어요”

 

무속인이 된 뒤에도 신 선생은 약 3년 동안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전에 생각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신당을 마련하는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무속 관련 공간이라는 이유로 임대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부동산 플랫폼에서 자신이 화경으로 보았던 창문과 같은 모습의 매물을 발견했고, 이를 계기로 현재의 공간에 자리 잡았다.

 

홍대입구역과 신촌 사이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시작한 신당 운영은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삶이 원망스러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도 달라졌다. 이제는 무속인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고민하는 동시에 무속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 사진 = 나비선녀 꽃별신당

 

“지나간 일보다 앞으로의 일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나비선녀 꽃별신당에서 신 선생이 강조하는 것은 미래에 관한 점사다. 과거의 일을 설명하거나 현재 상황을 짚는 데 그치기보다 앞으로의 방향과 상담자가 궁금해하는 문제에 집중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저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더 많이 봐드리려고 해요.”

 

자녀의 진로를 고민하는 부모부터 중요한 선택을 앞둔 사람, 무속인의 길에 들어설지를 고민하는 이들까지 상담 주제는 다양하다.

 

신 선생은 자신이 모시는 신령과 조상의 존재를 통해 점사를 해석한다. 무속에서 말하는 ‘화경’이라는 방식으로 장면이나 이미지가 떠오르거나 소리를 듣는 경험을 통해 상담을 이어간다.

 

그는 무속인의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신중한 태도를 당부한다. 무속에서 사용하는 ‘제자’라는 표현은 신령을 모시는 무속인을 의미하며,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점사보다 먼저 생각하는 것은 찾아온 사람의 마음

 

신 선생이 신당을 운영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상담자를 우선하는 태도다.

 

그는 상담 비용을 5만 원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상담 시간은 상황에 따라 길게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정해진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꺼낼 수 있도록 시간을 두는 것이다.

 

“저희 신당은 무조건 손님이 잘돼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는 굿이나 의례를 무리하게 권유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무속 의례에는 비용과 심리적인 부담이 따를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군가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가 강조하는 것은 상담자 자신의 선택이다. 불안한 마음에 타인의 말만 따르기보다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사진 = 나비선녀 꽃별신당

 

국경을 넘어 이어진 상담의 인연

 

나비선녀 꽃별신당을 찾는 이들 가운데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 선생은 국내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교환학생과 외국인들에게까지 입소문이 이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는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 다섯 명이 함께 방문했던 일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점성술과 관련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고, 그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일부 외국인 방문객은 통역사와 동행하기도 한다.

 

온라인 상담을 통해 해외 거주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신 선생 역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다. 다만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방문객의 국적이나 수가 아니다. 어떤 고민을 안고 찾아왔는지, 그 이야기를 얼마나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지가 먼저다.

  

▲ 사진 = 나비선녀 꽃별신당

 

“가장 오래 남는 건 사람의 아픔이에요”

 

오랜 시간 상담을 이어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묻자 신 선생은 무거운 사연들을 떠올렸다.

 

건설업계 임원으로 일하던 한 중년 상담자는 처음 방문한 지 약 2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그사이 심각한 개인적 위기를 겪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상황이었다.

 

신 선생은 당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했던 기억이 깊게 남아 있다. 누군가의 삶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는지 새삼 느꼈던 순간이었다.

 

또 다른 사례는 어머니를 갑작스럽게 잃은 20대 여성과 가족의 이야기다. 신 선생은 유족과 상담을 이어가며 천도 의례를 진행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가슴 아프다.

 

그에게 상담은 단순히 미래를 묻고 답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삶의 어려움 앞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일 역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사진 = 나비선녀 꽃별신당

 

오랜 연습으로 이어가는 전통 의례

 

신 선생은 무속 의례를 진행할 때 ‘앉은거리’와 ‘선거리’를 함께 활용한다.

 

앉은거리는 북과 징 등을 사용하며 앉아서 진행하는 방식이고, 선거리는 신복을 입고 서서 방울과 부채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신 선생은 신령을 청하는 과정에서는 앉은거리를, 공수를 전할 때에는 선거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앉은거리는 처음 자료를 참고해 연습했고, 이후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보고 따라 해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제 방식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당에서 정말 많이 연습했죠.”

 

그는 의례가 단순히 외형적인 동작을 따라 하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랜 연습과 자신이 믿는 신앙적 의미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평소 기도하는 시간도 중요하게 여긴다. 신당이나 외부 기도처에서 때로는 한두 시간 이상 기도를 이어가며, 이를 무속인으로서의 수행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 앉은거리 중인 신선옥 선생

 

“무속인이 먼저 달라져야 인식도 바뀔 수 있어요”

 

신 선생은 무속문화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이야기하면서 외부의 시선만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속에 종사하는 사람들 스스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특히 신내림과 굿을 둘러싼 과도한 금전적 요구나 두려움을 이용한 설득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보다 수익이 앞선다면 결국 무속 전체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기도하러 가서 나무에 술을 붓고, 음식이나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오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속상해요.”

 

그는 외부 기도처를 방문할 때 불필요한 제물을 가져가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을 지향한다.

 

일부 기도처가 정비되거나 사라지는 현실에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무속인 스스로 환경을 지키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의례의 형식을 보존하는 일뿐 아니라 그 공간과 주변 환경을 존중하는 태도까지 포함한다는 생각이다.

 

 

두려움에 떠밀린 선택은 하지 않기를

 

신 선생이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신중하다.

 

그는 누군가 과거와 현재의 일을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는 이유만으로 고액의 굿이나 의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하면서 굿을 권유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어요. 찝찝하고 무서워서 하는 거라면 저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불안한 마음에서 내린 결정은 나중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유명세나 주변의 권유만을 따라가기보다 충분히 알아보고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곳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사람은 확실한 답을 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 선생은 그럴수록 두려움에 떠밀려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 사진 = 나비선녀 꽃별신당

 

무속을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는 날을 꿈꾸며

 

신 선생에게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무속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외모와 시력에 대한 부담으로 영상 촬영이나 공개적인 활동을 꺼려왔다. 방송 제작자의 제안을 받았지만 출연하지 않았던 경험도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무속문화에 관한 토론회나 공개적인 논의의 장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무속을 무조건 믿어야 하는 신앙처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온 문화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요.”

 

그는 무속을 둘러싼 오해와 상업화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도 밝혔다.

 

더 먼 미래에는 천문학과 점성술을 공부해 보고 싶다. 자연과 우주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직접 탐구하고 싶은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길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을 듣는다는 것

 

인터뷰를 마치며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신선옥 선생이 지나온 삶의 굴곡이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건강상의 위기와 개인적인 경험을 거쳐 무속인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자신의 처지가 억울했다고 고백했지만, 이제는 그 일을 통해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의 고민을 듣고, 무리한 의례를 경계하며, 자연을 훼손하는 관행에도 목소리를 내는 태도는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특히 두려움을 이유로 무리한 의례를 결정하지 말라는 당부는 인상적인 대목으로 남는다. 누군가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지만, 정작 그가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신 선생은 앞으로도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무속문화가 보다 책임감 있게 이해되고 논의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나비선녀 꽃별신당의 상담 및 운영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 블로그와 SNS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모점 https://semojum.com/shops/1215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haman_shin

네이버지도 https://map.naver.com/p/entry/place/1107425835

작성 2026.11.05 23:41 수정 2026.11.0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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