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거친 파도가 밀려와 발 디딜 곳조차 없을 때, 조용히 곁으로 다가와 스스로 다리가 되어주겠다고 말하는 노래가 있다.
1970년 발표된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지친 가슴을 어루만지는 불멸의 고전이다.
하지만 이 성스럽고 웅장한 위로의 명곡 뒤에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노래를 기꺼이 친구에게 양보했던 한 음악가의 깊은 헌신과 숨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1969년 여름, 뉴욕의 소년 시절부터 함께 화음을 맞추며 시대를 풍미했던 두 청년,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의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오랜 음악적 견해 차이와 영화 출연 문제로 갈등이 깊어지면서, 둘 사이에 흐르던 따뜻한 공기는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버지니아의 조용한 은신처에 홀로 머물던 폴 사이먼은 당시 베트남 전쟁과 사회적 혼란으로 상처 입은 세상을 바라보며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 그때 그의 귓가에 우연히 흑인 가스펠 그룹 '스완 실버톤스(Swan Silvertones)'가 부른 찬송가의 한 구절이 스쳐 지나갔다.
"네가 내 이름을 신뢰한다면, 내가 깊은 물 위에 놓인 다리가 되어주리라(I'll be your bridge over deep water if you trust in my name)."
그 거룩하면서도 소박한 한마디는 번개처럼 폴 사이먼의 가슴을 때렸다. 그는 종교적인 경계를 넘어, 고단한 삶의 무게에 짓눌린 한 인간이 또 다른 외로운 인간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사랑과 위로의 서사로 가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네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내가 닦아줄게. 삶이 너무 힘겹고 친구조차 찾을 수 없을 때, 거친 물결 위의 다리처럼 내 몸을 뉘어 너를 건너가게 하리라."
단 이틀 만에 두 개의 절이 완성되었다. 멜로디와 노랫말을 완성한 순간, 폴 사이먼은 전율했다. 자신이 평생 쓴 곡 가운데 가장 위대한 걸작이 태어났음을 직감한 것이다.
원래 폴 사이먼은 이 노래를 자신이 직접 기타를 치며 담담하게 부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피아노 반주 위에 멜로디를 얹어 흥얼거리던 순간, 그는 스스로 멈춰 섰다.
자신의 낮고 지적인 음색으로는 이 노래가 품고 있는 천상(天上)의 거룩함과 무한한 위로의 폭을 온전히 길어 올릴 수 없다는 뼈아픈 깨달음이었다. 이 곡을 세상에 울려 퍼지게 할 유일한 목소리는 단 하나, 소년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구 아트 가펑클의 맑고 티 없는 천사의 음성뿐이었다.
작곡가에게 평생의 역작을 남에게 넘기는 것은 살을 베어내는 것과 같은 결단이다. 그러나 폴 사이먼은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가펑클에게 악보를 건넸다.
"아트, 이 노래는 네가 불러야 해."
처음에는 가펑클도 망설였다. "폴, 이건 너무나 네 영혼이 담긴 노래야. 네가 직접 불러야 더 진솔해." 하지만 사이먼의 확고한 믿음과 끈질긴 설득 끝에 가펑클은 마이크 앞에 서기로 결심했다.
녹음실에서 프로듀서 로이 할리의 제안으로 웅장한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세 번째 절이 추가되었다. 가펑클의 맑고 여린 미성으로 시작된 독창은 후반부로 갈수록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장엄한 드럼의 울림이 더해지며 거대한 파도처럼 청중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완성된 노래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빌보드 핫 100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197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를 포함한 6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빛나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인생의 드라마는 언제나 찬란함 뒤에 서글픈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래미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갈채를 받은 이는 노래를 부른 아트 가펑클이었고, 객석 어두운 구석에 앉아 있던 폴 사이먼의 마음 한구석에는 "내가 만든 저 노래를 세상은 가펑클의 것으로만 기억하겠구나"라는 인간적인 쓸쓸함이 스며들었다.
결국 이 앨범을 끝으로 두 사람은 정규 듀오 활동을 영구히 중단했다.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헌신과 위로의 절정에서, 두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화려한 작별을 고했던 것이다.
뜨거운 불 앞에서 매일 솥을 젓고 칼을 쥐는 주방의 삶도 이 노래의 운명과 깊이 닮아 있다.
진정한 명인의 손맛이란 결코 화려한 기술이나 조리사의 이름을 앞세우는 오만에서 나오지 않는다. 내가 지닌 불과 양념의 욕심을 반 발짝 뒤로 물리고, 오직 이 음식을 받아들 손님의 고단한 하루와 시린 속을 온전히 보듬겠다는 조용한 배려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찬 바람 부는 저녁, 굽은 어깨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에게 말없이 따끈한 탕국 한 그릇과 정갈한 밥 한 숟가락을 건네는 일. 그것은 어쩌면 험한 세상의 차가운 물결 앞에 우리가 매일 묵묵히 빚어 올리는 작지만 단단한 징검다리일 것이다.
미식1947신문사·미식1947출판사가 전하는 ‘팝송 가사에 숨겨진 이야기’. 한식대가 김종인은 오늘도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명곡 뒤에 숨어 있는 사람과 시대, 그리고 한 곡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