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선거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앞에서 세 갈래 길에 섰다. 다시 폭격할 것인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인가, 해상 봉쇄와 경제 제재로 숨통을 계속 조일 것인가. 어느 길을 고르든 그 무게는 미국 유권자의 기름값, 호르무즈 해협의 뱃길, 중동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고스란히 나눠 짊어진다.
여덟 달의 전쟁, 표로 돌아온 청구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을 기습 공습하며 시작된 전쟁은 여덟 달을 넘겼다. 미국은 4월 13일 이란 항구를 해상 봉쇄했고, 휴전이 무너진 뒤 7월 14일 봉쇄를 다시 걸었다. 11월 3일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갔다. 트럼프는 전쟁이 휘발유값을 밀어 올려 패배를 불렀다는 밴스 부통령의 진단을 "대체로 맞다"고 받아들이면서도, 이란의 핵무장을 막으려면 같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세 갈래 길, 어느 쪽도 꽃길은 아니다
첫째 카드는 재공습이다. 반전 여론과 유가 부담을 키우면서도 더 나은 전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둘째는 협상이다. 테헤란이 버티거나 선거 패배를 약점으로 읽고 값을 올리면 타결은 멀어진다. 이란은 원유 제재 해제, 봉쇄 종료, 동결 자금 반환을 호르무즈 재개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셋째는 봉쇄와 제재의 지속인데, 효과가 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 길에 무게를 실었다. 밴스는 합의파를 이끌며 사석에서 네타냐후의 이란 판단을 비판했지만,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요청대로 선거 전 타격까지 검토했다.
워싱턴·테헤란·카타르
워싱턴의 군은 대규모 작전 재개 준비를 마무리하며 추가 전력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의 한 전직 참모는 그가 '두 번 진 지도자'로 비치기를 꺼린다고 전했다. 테헤란의 모흐센 레자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트럼프가 전장에 이어 워싱턴에서도 패배했다고 X에 적었다. 카타르 중재단은 2일 밤 테헤란을 찾아, 충돌 재발을 막을 합의 초안에 양측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체면과 실리 사이
새 의회는 내년 1월 3일 문을 열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은 그대로다. 중재 외교관과 전문가들은 이란의 승리 선언이 도리어 트럼프를 폭격 쪽으로 떠밀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체면과 실리 사이의 선택 하나가 주유소의 기름값과 봉쇄된 항구의 내일을 바꾼다.




